골프클럽 대중화의 혁명 캘러웨이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어르신이 계신 집이라면 환갑잔치는 반드시 치러야할 집안행사 중에 하나였다. 남, 여 통틀어 평균수명이 65세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 기준으로 60세가 넘어가면 비교적 장수한 셈.
동시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섬유회사 대표를 역임하고 은퇴한 뒤 자신이 좋아하는 포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던 한 노인이 경영난에 빠진 한 작은 골프클럽 제조업체로부터 긴급투자 요청을 받는다. 당시 이 노인의 나이는 62세로 환갑이 넘은 상태였다.
그에게 투자제안을 한 클럽 제조업체는 딕 델라크루즈라는 천재 골프클럽 마스터가 운영하는 곳으로 히코리 나무로 된 샤프트가 장착된 웨지를 전문으로 생산하던 ‘히코리 스틱’이라는 업체였다.
골프를 즐겼지만 골프용품 비즈니스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던 그 농장주의 이름은 엘리 캘러웨이(Ely Callaway)
계획에 없던 비즈니스였지만 그는 2년 뒤에 아예 남은 지분까지 모두 인수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캘러웨이 골프로 회사명을 바꿔버린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제조사로 거듭난 캘러웨이 골프의 시작이다.
지분을 모두 인수했지만 그는 전임 대표였던 딕 델라크루즈를 비롯해 당구 큐 디자이너였던 리처드 핼름스테더 등 새로운 골프클럽을 개발할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엘리 캘러웨이는 군복무 시절부터 시작해 평생을 섬유업계에서 종사하며 최고 관리자를 지낸 사람이다. 클럽제조사는 처음이었지만 그는 경영이 무엇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포도주를 생산하는 농장을 정리하면서 초기 투자대비 엄청난 이익을 거둔 캘러웨이는 새로 시작한 골프장비 제조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1988년 캘러웨이 골프는 최초의 캐비티 아이언을 선보이며 회사 매출을 2배로 끌어올리는데 이 모델이 S2H2 아이언이다. 짧고 곧으며 속이 빈 호젤이라는 뜻의 이 아이언은 기존의 아이언과는 다르게 호젤을 제거하고 샤프트가 클럽 헤드의 솔까지 닿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이렇게 아이언 넥 부분의 무게를 줄이면 클럽 헤드의 다른 부분으로 무게 배치가 좀 더 용이해지고 클럽의 전체적인 길이까지 약간 줄일 수 있다.
골퍼들의 입장에서 클럽을 다루기가 조금 더 쉬워지는 일종의 신기술이었던 셈인데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샤프트가 헤드를 관통해서 장착되는 이 기술을 보어스루 샤프트라고 하는데 캘러웨이 클럽만의 고유한 특징이자 상징이 된다.
이듬해 S2H2 우드까지 출시하며 호평 속에 성장을 거듭해간 캘러웨이 골프는 드라이버 시장을 석권할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2년의 준비기간 끝에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빅버사 드라이버다.
기존의 드라이버보다 헤드의 크기를 무려 30% 이상 확대시킨 이 클럽은 스윙을 위해 클럽을 정렬했을 때 시각적인 안정감을 선사하며 작은 헤드크기에서 기인하는 티샷 공포에서 골퍼들을 해방시킨 혁명적인 드라이버로 자리매김한다.
스틸 드라이버를 최초로 등장시킨 것은 테일러메이드였지만 후발 주자였던 캘러웨이가 빅버사를 출시하며 시작한 드라이버 클럽의 변화와 혁신은 이후 골프클럽 발전사에 급격하고도 엄청난 영향과 파급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아울러 캘러웨이 골프는 스팔딩과 윌슨, 맥그리거, 핑 등 쟁쟁했던 골프브랜드들을 뒤로하고 뉴욕증시에 주식을 상장시키고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제조사로서 거듭나게 되는 토대가 된다.
90년대를 전후로 저니 밀러, 아니카 소렌스탐과 짐 코베트 등 수많은 투어프로들이 캘러웨이가 생산한 골프클럽으로 PGA와 LPGA에서 연거푸 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캘러웨이는 1998년 빅 버사 드라이버에 이어 이번에는 아이언에서 문제적 작품을 발표한다.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미국 내에서만 10만 세트가 넘게 팔려나간 이 아이언은 무게 중심을 헤드 바깥으로 절묘하게 배치한 캐비티형 디자인에 얇아진 페이스면으로 뛰어난 반발력과 관용성을 자랑했고 골퍼의 컨트롤 능력을 극대화 시킨 모델로 명성이 자자했다.
바로 캘러웨이가 자랑하는 X 시리즈의 초기 시리즈로 X-10 아이언에 이은 후속모델인 X-12 아이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어마어마했던 이 아이언은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기약도 없이 현금을 미리주고 대기하는 골퍼들이 수두룩했었다.
빅버사 드라이버와 X 시리즈 아이언의 엄청난 성공으로 캘러웨이 골프는 클럽라인이 골고루 시장을 석권하며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갖춰나갔지만, 퍼터만은 예외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캘러웨이 골프는 퍼터 브랜드의 강자였던 오디세이 스포츠를 인수하며 퍼터라인을 강화한다.
클럽시장을 평정한 뒤에도 캘러웨이는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는데 아놀드 파머를 영입해 룰 35 골프공을 개발하며 골프공 시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웨지의 거장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회사까지 만든 로저 클리브랜드를 영입해 웨지라인까지 보강에 나선다.
캘러웨이에 합류한 로저 클리브랜드와 프로골퍼 필 미켈슨은 투어 X웨지를 비롯해 맥대디 웨지까지 캘러웨이가 제작한 다양한 웨지시리즈 개발에 참여해 왔다. 2001년 캘러웨이 골프는 카본 소재 드라이버 C4를 최초로 선보였는데 현재기준으로 캘러웨이의 최신 모델인 에픽 드라이버의 조상모델이다.
같은 해에는 소속프로이자 전성기를 달리던 아니카 소렌스탐이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와 골프공 등 캘러웨이가 생산한 골프용품으로 여자골프 최초의 18홀 59타 대기록을 달성해 영광을 함께하지만 골프사를 뒤바꾼 엘리 캘러웨이는 82세 나이에 공교롭게도 테일러메이드를 창업한 게리 아담스와 똑같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죽기직전까지도 끊임없는 투자와 혁신을 통해 캘러웨이 골프를 부동의 1위 브랜드로 굳히게 만들어 버렸고, 현재 클럽뿐만 아니라 골프와 관련된 모든 용품을 생산하고 취급하는 토털 골프브랜드가 되었다.
캘러웨이 드라이버 타구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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