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상징 '투어AD'
골프 경력이 어느정도 쌓이고 장비의 맞춤이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되면 매일매일 눈에 밟히는 샤프트가 있다. 유명 프로들이 가장 많이 커스텀 제작하면서도 주위 고수 골퍼들이 장착하는 유독 눈에 띄는 줄무늬 샤프트가 그것이다. 초보들에게는 착각이지만, 저 형광색 줄무늬를 끼우고 골프를 쳐야 나의 라베가 생긴다는 미신같은 존재이다.
"나에게 드라이버 대가리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샤프트뿐이다."
라고 말하는 은든 고수는 이글을 쓰는 내 옆에서도 김밥을 먹으면서 나를 가소롭게 지켜보는 중이다.
그라파이트 디자인 투어AD의 역사
미쓰비시, 쓰미토모와 함께 일본의 3대 재벌인 미쓰이 그룹의 계열사로 대표적인 화학·섬유기업이며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가 도레이(Toray)社다.
1980년대 이 도레이에 입사해 카본 낚시대와 골프클럽 샤프트 영업부 소속으로 일하던 야마다 메구미라는 직원이 있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도 엄청난 경계심과 시기심을 나타낼 정도로 최강의 경제대국이었고 그런 일본인들을 일컬어 서구에서는 질투심과 비아냥이 섞여있는 표현으로 ‘경제동물’이라고 불렀다.
1992년 일본 동경
2,000개에 육박하던 골프장과 엄청난 골프인구, 위치 자체가 러시아와 인접한 북에서부터 대만 옆의 아열대에 이르기까지 섬나라로 천혜의 낚시환경을 갖고 있는 일본은 세계적인 카본 샤프트 제조사들이 여러 곳 탄생했다.
일본총리가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국산품 애용이 아닌 ‘수입품을 사라’고 언급할 정도로 엄청난 무역흑자와 초호황의 경기 속에서 골프, 낚시와 밀접히 연관된 카본 샤프트 사업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는데..
능력도 능력이었지만 재직당시 실적에 대한 회사의 보상에 불만이 가득했던 그가 퇴사와 동시에 창업한 회사가 바로 그라파이트 디자인(Graphite Design)이다.
사명인 그라파이트 디자인은 샤프트의 주원료인 흑연(Graphite)과 탄소 섬유를 설계 디자인(Design)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력모델인 투어 AD는 골프 토너먼트 투어(Tour)와 정확성(Accuracy), 비거리(Distance)를 합성한 것이다.
1989년 설립과 동시에 브리지스톤 골프에 곧바로 샤프트 납품을 시작했던 그라파이트 디자인은 활황이라는 절묘한 타이밍 속에서 골프 비즈니스를 시작한 셈이다.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간판 골퍼였던 점보 오자키가 브리지스톤 골프 소속으로 활발하게 투어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라파이트 디자인의 샤프트가 장착된 클럽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도 누린다.
자동차회사가 전문 제조사를 통해 타이어를 공급받듯이 골프브랜드 역시 전문 제조사로부터 샤프트를 공급받는 경우가 골프업계에서는 아주 흔하다.
물론 일부 클럽브랜드들은 샤프트까지도 자사의 이름으로 직접 제작해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그라파이트 디자인은 클럽의 핵심 부품 중에 하나인 샤프트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제조사로 마치 타이어 회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라파이트 디자인 제조공정
창립 5년 만인 1993년 캘러웨이 골프와 정식계약을 맺고 연간 80만개에 이르는 샤프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회사는 분기점을 맞이하고, 10년만인 1999년도부터는 여러 골프브랜드들에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으며 클럽마다 기본 장착되는 스탁샤프트로 선정된다.
이 시기를 즈음해서 투어에 나서는 프로골퍼들 중에 투어AD를 사용하는 빈도가 부쩍 늘어나고 그파라이트 디자인은 샤프트 브랜드로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골프 샤프트 제작에 핵심 재료인 카본섬유는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50%이상 점유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회사로 도레이와 미쓰비시 케미컬 등이 있다.
투어AD는 도레이의 원사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스피더와 벤투스 브랜드를 보유한 후지쿠라, 미쓰비시 케미컬의 텐세이 샤프트는 미쓰비시가 생산한 원사를 사용해서 제작한다.
샤프트를 어떻게 제작하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도레이 원사는 미쓰비시 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고 미쓰비시 원사는 도레이에 비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스윙스피드가 빠른 투어골퍼들이 많이 애용했던 투어AD는 점보 오자키와 그렉 노먼을 거쳐 2010년을 전후해 황제 타이거 우즈가 사용하면서 더욱 인지도를 높인다. 그 외에도 수많은 투어프로들이 투어AD 샤프트를 사용했다.
타이거가 사용하던 샤프트는 주황색 줄무늬에 투어AD DI 모델인데 최근 일본골퍼로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한 마쓰야마 히데키도 즐겨쓰던 모델이다. 샤프트 두께가 얇은 팁 부분이 강하게 설계된 DI모델은 헤드의 움직임이 적어 스윙스피드가 빠른 골퍼들에게 적합하다.
투어AD 시리즈는 해마다 신제품이 출시되는데 한 해는 강한 샤프트를 이듬해는 부드러운 성격의 샤프트를 교차해서 출시하는 전통이 있다.
또한 투어AD 샤프트는 샤프트의 특성을 비교적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시각화했는데 샤프트가 얇은 팁(Tip)부분과 손잡이 부분인 버트(Butt)를 기준으로 강도가 강한 붉은색과 강도가 연한 초록색으로 표시해 놓았다.
상품명인 투어AD 뒤에 붙는 이니셜은 개발진이 그 나름의 의미로 붙인 약칭이다.
Tour AD UB – Up and Beyond Tour AD HD – Hyper Drive Tour AD XC – Xtra Carry Tour AD DI – Deep Impact Tour AD MJ - MAJOR Impact Tour AD VR – Vanquish all Rivals Tour AD IZ – Into the Zone Tour AD MAD - Maximum Accuracy and Distance Tour AD TP - Tour Proven Tour AD GP - Greatest Performing Tour AD BB - Blue Bullet |
샤프트는 한 모델 내에서도 무게와 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스윙스피드와 평상시 볼의 구질 등을 확인하고 그에 맞게 샤프트의 특성 등을 고려해서 선택한다면 좋은 결과로 장비(클럽)를 마련할 수 있다.
샤프트 선택에 있어 제조사가 표기한 제원은 분명 참고사항이지만 중요한 점은 본인의 느낌이다. 눈으로 보는 수치와 직접 쳐보면서 갖는 개개인의 느낌은 몇 마디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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