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샤프트의 명품 후지쿠라 샤프트
1960년대 일본의 한 대학교수에 의해 개발된 탄소섬유는 가볍고 높은 강도로 인해 우주선개발과 방산, 전자, 기계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빠르게 상용화의 길을 걷는다.
카본이 바꿔 놓은 골프장비의 세계
그라파이트 카본의 발명은 골프채 산업에 혁신이다. 가볍고 강하면서 오래가며 카본의 탄성은 볼을 멀리보내고 쉽게 스윙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단지 방향성이 불안할 수가 있는데, 카본의 특성을 모두 살리면서 방향성을 잡느 카본공정, 그것이 골프 샤프트의 가장 핵심이다.
탄소섬유(카본)의 등장은 현시점을 기준으로 반세기가 조금 넘어가지만 현대인의 실생활도구 곳곳에 쓰이고 있다.
골프뿐만 아니라 자전거의 뼈대와 낚싯대, 헬멧, 스키, 양궁, 테니스, 카누, 스케이트보드와 같은 각종 스포츠용품의 핵심소재로 사용되고 있고 비행기 동체, 자동차의 바디와 엔진, 각종 부품 등에 사용될 정도로 적용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
등장 10년만인 1970년대 초 미국의 샤프트 제조사 알딜라(ALDILA)社가 클럽제작에 사용될 카본소재의 골프샤프트를 최초로 출시하면서 골프는 또 다른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 일본의 한 소재기업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골프클럽용 카본샤프트에 비상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마침 그 회사의 대표는 싱글을 기록하는 골프광이었고 그의 관심과 지시로 회사는 골프클럽용 샤프트 제조를 위한 선발대를 구성한다.
원천기술은커녕 샤프트 제조 경험 자체가 없었던 그 소재기업은 선구자였던 알딜라社에 조심스럽게 접근해 기술 제휴를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 소재기업은 현재 세계 3대 카본샤프트 제조사로 손꼽히는 후지쿠라 컴포지트다.
후지쿠라사(社)는 19세기말에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소재전문기업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창업자 후지쿠라 요시하치의 이름을 따서 시작된 후지쿠라는 실크를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개시했는데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각종 전선과 케이블, 고무, 여러가지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소재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업체다.
후지쿠라 그룹의 계열사였던 후지쿠라 컴포지트가 알딜라와의 제휴에 실패하고 직접 골프클럽용 카본샤프트 제작에 착수한 것이 50년 전인 1973년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골프용 카본샤프트 제작을 시작한 후지쿠라는 화학기업 도레이로부터 카본 원사를 공급받아 자체적으로 샤프트 제작을 시작했는데, 개발시작 1년만인 1974년 첫 번째 샤프트인 Flyrun(플라이런) 개발에 성공한다.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했던 나머지 샤프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스틸샤프트에 탄소섬유를 감아보는 등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첫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신생업체로서 후지쿠라는 OEM(주문자생산방식)에 집중하는 한편 일본 각지의 골프공방에 납품도 시작했다.
최초의 카본소재 개발국이라는 이점과 짧지 않은 골프용 샤프트제조이력을 지닌 일본은 현재 전 세계 장타용 골프클럽샤프트시장을 독과점에 가까울 정도로 장악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세 군데가 손꼽힌다. 바로 스피더와 벤투스의 후지쿠라, 디아마나와 텐세이의 미쓰비시 레이온, 투어AD의 그라파이트 디자인이다.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가던 후지쿠라는 90년대 중반 복원력이 높은 3축 직물로 만든 Fit on(피트 온) 11 시리즈를 발매하는데 샤프트 제작사로서는 최초로 선보인 3축 직물구조의 샤프트이자 지금현재까지도 절찬리에 이어지고 있는 스피더 시리즈의 초기모델이다.
스피더(Speeder)는 속도위반(자)라는 뜻과 빠른 헤드 스피드와 샤프트 가속으로 골프공을 날려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후지쿠라의 대표모델이자 장수모델인 스피더는 3축 직물구조로 짜인 것이 특징으로 3축 직물이란 마치 벌집처럼 세 방향에서 섬유 조직을 짜낸 것으로 카본직물이 120도의 각도를 가진 육각형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을 일컫는다.
이 육각형의 벌집구조는 종과 횡, 대각선으로 당겨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 특성을 지녔는데 이 구조(3축)로 샤프트를 제작할 경우 잘 비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형이 되더라도 원래의 구조로 되돌아오는 복원력이 우수하다. 순간적인 휘어짐과 복원을 반복하는 골프샤프트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첫 제품 출시이후 20년간 갈고닦은 후지쿠라의 제작기술이 집약된 이 샤프트는 기존의 샤프트보다 진일보된 탄력 있는 휘어짐과 복원력을 선보였고 스윙스피드가 남다른 투어 프로들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결정적인 것은 후속모델이었던 스피더 757이다. 1997년에 출시된 이 샤프트를 어니 엘스와 필 미켈슨이 투어에 사용해 우승을 거두면서 후지쿠라는 테일러메이드사(社)의 스탁샤프트 납품업체로 결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샤프트 제조사로서 한 단계 도약하게 된 것이다.
스피더는 샤프트에 새겨진 고유번호로 식별되는데 예를 들어 스피더 757에 첫 번째 숫자는 무게(각각 해당 g대)를 뜻하는 것으로 6은 60g(그램), 5는 50g(그램)을 의미한다. 가운데 번호는 0~4번까지 아이언용 샤프트이고 5~9번까지가 우드용 샤프트라는 의미다. 마지막 뒷자리 번호는 발표년도를 뜻하는데 2라면 끝자리가 2로 끝나는 년도에 출시된 모델이고 3이면 3년도에 출시된 것이다.
스피더 등장이후 골프샤프트는 괄목할만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고 출시 20년 만인 2020년 후지쿠라는 새로운 샤프트 라인업을 발표하는데 바로 벤투스다.
안 그래도 장타자였던 로리 맥길로이가 이 벤투스 샤프트로 엄청난 비거리로 투어 우승을 거두고 다수의 PGA 투어 프로들이 사용하면서 후지쿠라의 신무기 벤투스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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