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테이지와 브리지스톤
브리지스톤(Bridgestone)은 골프용품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자동차, 오토바이, 항공기용 타이어 등을 제조, 생산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미구이나 선진국에서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프리미엄 타이어이다. 물론 지금은 한국타이어보다 아래 위상이다.
창업자인 이시바시 쇼지로(石橋 正二郎)는 17살에 가업으로 운영하던 재봉점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사로 키워냈다. 메이지 유신으로 사회개혁이 한참이던 19세기말 1889년에 태어난 그는 남다른 사업 감각을 갖고 있었다. 본업이었던 재봉업에서 벗어나 당시 일본사람들이 신고 다녔던 버선을 전문적으로 제조하기로 결심하고 인수 10년만인 20대에 일본다비주식회사를 설립하는데 오늘날 브리지스톤 타이어 그룹의 모체가 된다.
다비는 버선의 일본말이다. 그는 버선바닥에 고무를 덧대 지카다비라는 전에 없던 신발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수요가 폭증하자 지카다비제조에 필요한 고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하면서 이시바시는 자연스럽게 고무 관련 산업에 눈을 뜨게 된다.
20세기 초반 그는 이제 막 일본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하던 새로운 이동수단에 주목하는데 바로 자동차였다.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자동차 운행에 있어 타이어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 부품 중에 하나다. 때마침 영국의 던롭사가 일본 고베지방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면서 이시바시는 타이어 제조를 꿈꾸게 된다.
엄청난 사업기회를 포착한 이시바시는 곧바로 일본다비 타이어사업부를 설립하고 미국에서 타이어 생산 설비를 들여와 1930년 타이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브리지스톤 타이어 주식회사’로 변경한다.
이시바시(石橋)의 이시는 돌을 의미하고 바시는 다리를 뜻한다. 그의 이름 자체가 돌다리였던 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름처럼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세계적인 타이어회사의 설립자가 된 것이다.
작고 단단한 골프공은 기본자재로 고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타이어제조와 연관성이 깊다. 1935년 타이어를 생산하고 남은 고무로 골프공을 제작하면서 브리지스톤은 골프사업에 진출한다.
주력사업이었던 타이어 제조의 부산물로 시작된 골프공 제조는 모기업의 지원 아래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으나 클럽을 비롯한 다른 용품들은 새로운 마케팅과 노하우가 필요했고 때마침 전후 고도성장을 이어가던 일본은 골프가 점차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용품시장이 커지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1972년에 미국의 스팔딩과 손을 잡고 골프클럽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70년 말과 80년대 초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스타마케팅에 돌입한 브리지스톤 골프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투어무대에서 걸출한 쇼맨십과 실력으로 존재감을 알려가던 점보 오자키와 그의 형제들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J‘s클럽 시리즈를 출시한다.
180cm의 큰 키, 육중한 체구에서 우러나는 엄청난 비거리를 갖고 있던 점보(JUMBO)의 첫 글자인 J를 따서 클럽 명을 정한 것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으로 바탕으로 골프공을 생산하던 브리지스톤 골프는 닉 팔도와 닉 프라이스 같은 당대의 골퍼들과도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브랜드 이미지 격상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간판이었던 점보 오자키와는 그가 일으킨 각종 스캔들로 인해 결별하게 된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인 1998년 이미지 쇄신을 위해 ‘투어스테이지’라는 서브 브랜드를 등장시킨다. 결별하기는 했지만 오자키 형제들을 내세운 홍보효과를 톡톡하게 누렸기에 프로골퍼들이 활약하는 무대를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투어스테이지는 아시아 시장을 주 타깃으로 동양인의 체형에 맞는 클럽라인으로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 첫 번째 모델인 ‘X100’과 ‘Z100’ 드라이버를 필두로, ‘C300’ 우드와 MR-23, NB 32등의 아이언 등이 이때 선보였다.
오자키 형제와는 결별했지만 점보 군단에 소속된 많은 프로골퍼들이 투어에서 투어스테이지 용품을 사용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데 일단은 성공했다. 그러나 역으로 프로 골퍼들이나 상급자 골퍼들이 주로 사용하는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게 되면서 다소 복잡한 브랜드 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2002년에는 상급자용 투어스테이지 X-BLADE(엑스 블레이드) 시리즈가 처음으로 출시되고 이듬해에는 스테디셀러 모델인 V300 아이언 그 첫 번째 시리즈가 선보였다.
그리고 투어스테이지의 새로운 블레이드형 아이언에는 ‘GR’이라는 명칭으로 모델이 발표되는데, 혁명적인 무게중심 설계(Gravity Revolution)라는 의미로 지금까지 모델명으로 쓰이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V300 아이언 시리즈는 베스트셀러 클럽으로 등극했는데 출시 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후속모델이 발표되고 있는데 브리지스톤 골프를 대표하는 아이언이다.
X시리즈와 V시리즈로 연속해서 클럽을 발표하던 투어스테이지는 투어 프로들이 쓰는 상급자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V-iQ 라는 서브브랜드를 출시한다. V-iQ는 말 그대로 IQ(Intelligence Quotient)와 진동을 제어한다는 Impact Quake(충격 진동) 두 가지를 뜻한다. 프로마케팅으로 인한 상급자용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고자하는 고육지책이었던 셈인데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을 상대로 세팅된 클럽이다.
2011년에는 성인 애버리지(중급자) 골퍼를 주 타깃으로 하는 골프 브랜드 ‘PHYZ (파이즈)’도 발표한다. 황금 비율을 나타내는 기호 ‘φ (파이)’와 정점을 의미하는 'Zenith(제니스‘)의 머리글자를 조합했다. 골프인구의 전체적인 평균연령이 올라가며, 중장년층의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루기 쉽고, 편안하게 치기 쉬운 클럽이라는 모토아래 개발된 클럽이다.
투어스테이지라는 간판 브랜드에 X와 V라인 다시 V-iQ, PHYZ 등 다양한 서브 브랜드들과 클럽들을 선보이던 브리지스톤 골프는 2010년대 중반 복잡했던 여러 브랜드들을 현재의 브리지스톤 골프로 통합했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너무 많은 라인업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걸림돌이 되었기에 시의적절한 선택과 판단으로 보인다.
브리지스톤 골프로 통합한 뒤 상급자 라인으로 TOUR-B 라인을 새롭게 출시하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정식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브리지스톤 골프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골프브랜드로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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