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의 시작 테일러메이드
증기자동차가 발명되고 인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이동수단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서 다임러와 마이마흐라는 두 독일인에 의해 최초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선보이고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는 인류사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다.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자동차로 인식되는 벤츠가 이러한 혁신과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처럼 골프클럽 역시도 숱한 혁신과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나무로 된 클럽헤드를 금속으로 바꿔 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메탈 드라이버의 등장이다.
20세기 후반까지 드라이버와 우드클럽의 소재는 나무였다. 골프가 문서로 기록되기 시작한 중세시대를 기준으로해도 무려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타용 클럽의 헤드는 나무였기에 클럽의 명칭도 우드로 불렸다.
골퍼가 기록하는 비거리가 곧 경기의 판도를 뒤바꿔 놓는 스포츠인 골프에서 스틸소재 드라이버를 최초로 개발해낸 브랜드가 바로 테일러메이드다. 오랜 골프역사를 통틀어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드라이버가 골프클럽으로서 공식 데뷔한지는 불과 40년 정도 남짓이다.
테일러메이드는 골프용품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있던 게리 아담스에 의해 1979년 설립됐다.
레슨프로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해왔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골프경기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것은 당시까지 첫 티샷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퍼시몬(감나무) 우드의 헤드소재를 금속소재로 바꿔서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곧장 행동에 들어간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고 고향인 일리노이주 매켄리(McHenry)에 170평 규모의 버려진 창고를 임대한다. 이렇게 직원 2명을 고용하며 단촐하게 시작한 것이 테일러메이드다.
테일러가 만들었다는 뜻을 가진 회사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테일러는 없었던 상황에서, 게리 아담스는 그 당시 미즈노의 기술이사와 홍보책임자를 역임하던 해리 테일러(Harry Taylor)를 영입하는데 성공한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테일러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그의 합류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정체성이 확립됐다.
테일러가 만든 테일러메이드
테일러메이드는 설립된 뒤 곧바로 로프트각도 12도짜리 스틸소재로 된 우드 클럽을 출시하는데, 업계 최초로 금속소재 드라이버의 출시한 회사답게 테일러메이드의 회사로고는 드라이버 헤드 모양에 T자가 새겨진 형태로 되어있다.
게리 아담스와 함께 테일러메이드 골프를 이끌었던 해리 테일러는 또 한명의 클럽 디자이너를 합류시켰는데 훗날 웨지의 거장으로 불리게 되는 밥 보키(Bob Voke)다. 한편 해리 테일러는 게리 아담스와 꽤 오랜기간 함께하면서 파운더스 클럽(Founders Club) 브랜드도 런칭시킨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로 지금 현재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테일러골프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자신의 골프 용품 판매 경력을 밑바탕삼아 의욕적으로 나섰던 게리 아담스 였지만 테일러메이드 메탈 드라이버의 초기 판매는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보수적인 PGA 프로 골프 선수들의 저항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수백 년의 세월동안 퍼시몬 우드를 쓰며 타구감에 익숙해져 있던 프로 골프 선수들에게 금속소재 드라이버는 낯설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클럽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소재로 된 우드와 금속소재로 된 드라이버의 비거리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었고 우승을 위해 장비에 민감했던 투어 프로들은 비로소 주목하기 시작한다.
1981년 론 스트렉(Ron Streck)이 휴스턴오픈에서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로 처음 PGA투어우승을 확정짓고 이듬해에 열린 빙크로스비 내셔널 프로암에서 짐 시몬스가 역시 테일러메이드를 사용해 트로피를 차지한다. 마침 이 대회는 TV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며 설립 초기 테일러메이드의 홍보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어서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리 트레비노가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최초로 테일러메이드로 우승을 달성하면서 메탈 드라이버는 우드를 넘어서는 성능과 퍼포먼스로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전체 PGA투어 선수 중 절반에 가까운 골퍼들이 메탈 드라이버를 들고 투어에 출전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비거리를 내면서 투어에서 우승하려면 드라이버는 반드시 챙겨야할 필수장비로 인식된다.
인류가 수백 년 간 사용해왔던 퍼시몬 우드는 드라이버가 등장한지 정확히 10년만인 1990년을 전후해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앞선 발명에 이어 선구자로서 노하우를 쌓아가던 테일러메이드가 클럽 제조사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는 가운데,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민 또 다른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캘러웨이다.
만반의 준비 끝에 캘러웨이가 야심차게 내놓은 빅버사 드라이버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데뷔하게 되고, 한때 점유율 98%까지 잠식하던 테일러메이드는 점차 위기로 내몰리는데...
연속해서 시리즈로 출시된 빅버사 드라이버가 호평 속에 시장을 평정해 갈 때 파산직전으로까지 내몰렸던 테일러메이드는 뜨거운 화덕을 뜻하는 버너(Burner)시리즈로 기사회생에 성공한다.
이후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는 각종 신기술을 탑재한 골프클럽을 경쟁적으로 시장에 쏟아내고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이 두 업체로 인해 골프클럽은 비약적인 발전과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또한 20세기 후반부터는 일본과 아시아에서 골프대중화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들 두 업체를 포함해 여타의 골프장비제조사까지도 유례없는 사세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버너에 이어 투어버너, 버너플러스, 버너버블등 버너시리즈로 기세를 잡은 테일러메이드는 R300TI 시리즈를 거쳐 R500 시리즈 그리고 회심의 역작 R7 드라이버로 캘러웨이에 10년 동안 빼앗겼던 드라이버 1위 지위를 탈환해온다.
IMF로 시름에 잠겨있던 시절인 1998년 박세리 선수가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 최초로 US 오픈에 우승했을 당시 사용했던 클럽 중에 하나가 테일러메이드의 R320TI 모델이다.
창사 25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R7 드라이버는 헤드에 4개의 무게추를 장착해 골퍼 스스로가 무게추를 위치를 바꿔가며 구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최초의 클럽으로 테일러메이드의 역작이다. 이어서 R9, R11을 거쳐 현재의 M시리즈로 거듭나게 되는데 M은 다양한 소재(Multi Material)를 뜻한다.
글로벌 골프용품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게 된 테일러메이드는 설립 11년 만에 프랑스의 스키용품업체 살로몬에 매각되었고 10여년 뒤 다시 아디다스에 합병됐다. 창사이후 여러 번 주인이 바뀐 테일러메이드는 2017년 미국의 투자회사 KPS캐피털을 거쳐 현재는 한국의 의류제조업체인 F&F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타이틀리스트와 마제스티에 이어 테일러메이드까지 현재 모두 한국기업이 보유한 골프브랜드다.
한편 살로몬에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게리 아담스는 파운더스 클럽과 메켄리 메탈이라는 클럽 제조사를 세워 계속해서 자신의 골프 열정을 이어갔지만 췌장암에 걸려 56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40년 전 혁명적인 등장이후 수많은 투어대회와 골프경기에서 성능을 입증하며 새로운 골프역사를 창조해온 테일러메이드. 게리 아담스 그가 바꿔놓은 통념과 골프장비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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